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韩语文学:​雪路14 — 李清俊

韩语文学  2016-10-12 08:288720

韩语文学:​雪路14  — 李清俊

韩国文学可分为古典文学和现代文学,今天为大家分享的是“韩语文学:​雪路14 — 李清俊”,一起来感受韩语文学之美吧!

눈길14 — 이청준
雪路14 — 李清俊

저녁상을 들일 때 노인은 언제나처럼 막걸리 한 되를 가져오게 하였다. 형의 술버릇 때문에 집안 꼴이 그 지경이 되었는데도 노인은 웬일로 내게 술 걱정을 그리 하지 않았다. 집에만 가면 당신이 손수 막걸리 한 되씩을 미리 마련해다 주곤 하였다.
上晚饭的时候,老人跟往常一样让拿来一升米酒。因为大哥酗酒家里才弄到这步田地,不知道为什么老人从不担心我喝酒。每次回家来,她肯定要亲手酿好一两升米酒等我。

한 잔 마시고 잠이나 자거라. 그러면서 언제나 잠을 자기를 권하는 것이었다. 이 날 저녁도 마찬가지였다. “그래, 정 내일 아침으로 길을 나설라냐?”
喝一碗就睡吧。每次都这样让我睡下。这天晚上也一样。“嗯,明天一早真的上路吗?”

저녁상이 들어왔을 때 노인은 그러게 조심스런 목소리로 나의 내심을 한 번 더 떠왔을 뿐이었다. “가야 할 일이 있으니까 가겠다는 거 아니겠어요.”
端进晚饭的时候,老人小心翼翼地探询我的意思。“有事要做我才要走嘛。”

나는 노인에게 공연히 짜증 기가 치민 목소리로 퉁명스럽게 대꾸했다. 노인은 그것으로 그만이었다. “그래 알았다. 저녁하고 술이나 한잔하고 일찍 쉬거라.”
我凭白无故的用生硬地嗓门答道。老人不再问了。“知道了。喝碗酒吃完饭,早点儿躺下吧。”

아침부터 먼 길을 나서려면 잠이라도 일찍 자 두라는 것이었다. 나는 말없이 노인을 따랐다. 저녁 겸해서 술 한 되를 비우고 그리고 술기를 못 견디는 사람처럼 일찌감치 잠자리를 펴고 누었다.
老人的意思是既然一早就要上路,那就早点休息吧。我默默地照她说的做了。就着晚饭喝完一升米酒,像是有了醉意的人一样,铺开被褥早早地躺下了。

형수님이 조카들을 데리고 잠자리를 찾아 나가자 이날 밤도 우리는 세 사람 합숙이었다.
大嫂领着侄子们到邻居家借宿去了,这天晚上还是我们三个人合睡。

어쨌거나 이제 위태로운 고비는 그럭저럭 거의 다 넘겨 가는 셈이었다. 눈을 붙였다.
不管怎么说,危险关头总算糊里糊涂地熬过去了。我合上了眼睛。

깨고 나면 그것으로 모든 건 끝나는 것이었다. 지붕이고 옷궤고 더 이상 신경을 쓸 일이 없어진다. 노인에게 숨겨진 빚 문서가 있을까.
不管屋顶还是衣橱,不需要再费什么心思了。老人那里还藏着账单吗?

하지만 이날 밤만 무사히 넘기고 나면 노인의 어떤 빚 문서도 그것으로 영영 휴지가 되는 것이다. 잠이나 자자. 빚이고 뭐고 잠들면 그만이다. 노인에게 빚은 내가 무슨 빚이 있단 말인가.... 나는 제법 홀가분한 기분으로 눈을 감고 잠을 청했다.
不过只要熬过这一晚上,老人的账单只能永远变成一张废纸了。睡一觉吧。什么债不债的,睡着了就都没了。我还欠老人什么债呢……我无比轻松地闭上眼睛等着入睡。

술기 탓인지 알알한 잠 기운이 이내 눈꺼풀을 덮어 왔다. 그러게 얼마쯤 아늑한 졸음기 속을 헤매고 난 때였을까. 나는 웬일인지 문득 잠기가 서서히 엷어져 가고 있었다. 그리고 아직도 그 어렴풋한 선잠기 속에 도란도란 조심스런 노인의 말소리가 들려오고 있었다.
许是因为酒意,困倦很快席卷而来。就这样迷迷糊糊中不知道过了多久,我突然从睡意中醒过来,在模糊的意识里隐约听到老人小心翼翼地说话声。

“그날 밤사말로 갑자기 웬 눈이 그리도 많이 내렸던지 잠을 잤으면 얼마나 잤겠느냐마는 그래도 잠시 눈을 붙였다가 새벽녘에 일어나 보니 바깥이 왼통 환한 눈 천지로구나..... 눈이 왔더라도 어쩔 수가 있더냐. 서둘러 밥 한술씩을 끓여다가 속을 덥히고 그 눈길을 서둘러 나섰더니라......”
“那天晚上忽然下了大雪,就算睡觉也能睡多久啊,也就合一会儿眼睛,早上起来一瞧,外面一片白雪呀……下雪了也没办法,赶紧煮一勺饭暖一暖肚子,就着急上了雪路……”

나는 다시 정신이 번쩍 들고 말았다. 어찌된 일인지 노인이 마침내 그날 밤 이야기를 아내에게 가닥가닥 털어놓고 있는 중이었다.
我立即清醒过来。不知道怎么搞的,老人终于开始给妻子详细叙述那天晚上的事。

“처지가 떳떳했으면 날이라도 좀 밝은 다음에 길을 나설 수 있었으련만, 그땐 어찌 그리 처지가 부끄럽고 저주스럽기만 했던지… 그래 할 수 없이 새벽 눈길을 둘이서 나섰지만, 사오 리나 되는 장처 차부까지 산길이 멀기는 또 얼마나 멀더라냐.” “要是处境还光明正大的话,也能等天亮了再走啊。当时的处境啊,现在还害臊呢还想骂天呢。没办法,就得趁天没亮我们俩一起踩着雪上路了。从那儿到十五里地外的集市车站,山路可真不近呐。”

기억을 차근차근 더듬어 나가고 있는 노인의 몽롱한 목소리는 마치 어린 손주 아이에게 옛 얘기라도 들려주고 있는 할머니의 그것처럼 아늑한 느낌마저 깃들고 있었다. 아내가 결국엔 노인을 거기까지 유도해 냈음이 분명했다. 이야기를 한들 네가 어찌 다 알아들을 수가 있겄냐...... 一点一点回忆往事的老人,朦胧的嗓音就像老奶奶给小孙子讲故事一样,声音里甚至带着幽远的感觉。肯定是妻子把老人引到了这一步。就算讲出来了,你哪能都听得懂呢……

낮결에 노인이 말꼬리를 한 가닥 깔고 넘은 기미를 아내가 무심히 들어 넘겼을 리 없었다.
白天老人的话故意有所保留,妻子不可能听不出来。

그날 밤-아니 그날 새벽-아내에겐 한 번도 들려 준 일이 없는 그날 새벽의 서글픈 동행을, 나 자신도 한사코 기억의 피안으로 사라져 가 주기를 바라 오던 그 새벽의 눈길의 기억을 노인은 이제 받아 낼 길이 없는 묵은 빚 문서를 들추듯 허무한 목소리로 되씹고 있었다.
那天晚上——不,那天拂晓——我从未跟妻子提到过那天拂晓的凄凉的同行,连我自己都拼命想忘掉的那天拂晓的雪路,老人这才像翻开无处讨要的陈年老账一样,用虚无的嗓音重复起来。

“날은 아직 어둡고 산길은 험하고,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도 차부까지는 그래도 어떻게 시간을 대어 가 수가 있었구나.......”
“天还很黑,山路又陡,一路上滑着跟头,还是按点走到车站了……”

이야기를 듣고 있는 나의 머리 속에도 마침내 그날의 정경이 손에 닿을 듯 역력히 떠올랐다. 어린 자식놈의 처지가 너무도 딱해서였을까. 아니 어쩌면 노인 자신의 처지까지도 그 밖엔 달리 도리가 없었을 노릇이었는지 모른다. 동구 밖까지만 바래다주겠다던 노인은 다시 마을 뒷산의 잿길까지만 나를 좀더 바래주마 우겼고, 그 잿길을 올라선 다음에는 새 신작로가 나서 때까지만 산길을 함께 넘어 가자 우겼다. 听着老人的讲述,我的头脑里这才浮现出那天的情景,仿佛触手可及似的历历在目。可能是年纪尚小的儿子处境太可怜了,不,也许是老人自己的处境使她别无选择,本来说好只送到村口,后来固执地说再送到后山的坡路上,爬上山坡后,又坚持说一块儿走这段山路一直到大路上。  

 词 汇 学 习

역력히:明显地。明明白白地。清清楚楚地。

그는 너무 화가 나 얼굴에 그 분함이 역력히 드러났다.
他因为太生气脸上明显表现出了愤怒。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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